샹치 - 양조위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지

    추석 전 휴가를 내고 샹치를 봤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많이 아쉽습니다. 디즈니가 동양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합니다. 새로운 MCU는 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양조위는 역시 멋집니다.

    샹치 포스터

    1. 웬우(양조위)의 폭주에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웬우(양조위)의 행동에 점점 공감이 됐습니다.

    반면에 샹치는 갈피 못 잡고 헤매는 사춘기 청소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아버지 웬우를 설득하는 길보다는 이모한테 달려가서 징징댑니다.

    (제가 느낀 샹치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웬우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웬우는 텐링즈라는 조직을 1000년 정도 이끌고 있습니다.

    10개의 링을 얻고 난 후부터 힘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탈로라는 전설 속 마을을 찾게 되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고 가족을 이뤘습니다.

    텐링즈라는 조직도 거의 와해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신도 평범한 생활을 누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죽습니다. 평화롭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모티브가 사라진 겁니다.

    웬우는 자신이 열개의 링을 내려놓은 게 이유라고 여기고 다시 힘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원수를 갚아 나가지요.

    그런데 아들 샹치는 겁을 먹었는지 미국으로 잠적합니다.

    딸은 마카오로 가서 독립을 하고요.

    자신이 믿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사라지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니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샹치는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머릿속에서 들린다는 목소리가 가짜라고 여겨진다면 상담을 받게 하든 얘기를 하든 해야지요.

    오히려 웬우(양조위)는 이 목소리가 다른 것임을 알게 되고 자신을 죽음을 알게 된 순간에 빛납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 표현이 어색한 아버지가 죽기 직전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표정.

    양조위 아니면 저런 표정 못 지을 겁니다.

     

    2. 와호장룡을 만들고 싶은 디즈니

    샹치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디즈니는 와호장룡이 너무 부러웠구나.'

    디즈니는 예술보다는 상업성 짙은 영화에 집중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저런 예술하고 싶은 마음은 못 버리나 봅니다.

     

    샹치의 아버지, 웬 우(양조위)는 전설 속 탈로라는 곳을 찾다가 한 여인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여인을 만난 자리에서 서로 무술을 겨룹니다.

    이 장면이 초반에 나오는 아주 멋진 장면이지요. 이 장면을 보면서 와호장룡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이후로도 샹치 엄마가 나오는 장면은 언제나 화면 전개가 느릿해지면서 태극권 같은 부드러운 권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탈로에 사는 샹치의 이모가 나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양자경.

    와호장룡을 너무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3. 쿵푸팬더를 붙잡고 있는 디즈니

    디즈니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쿵푸팬더에도 포와 포를 키워준 양아버지, 그리고 친아버지가 나오는 구도가 나중에 완성이 되죠.

    그래서 가족이라는 개념을 완성시키면서 감동을 주입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디즈니는 동양이라는 배경을 이용할 때 넣는 또 다른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뮬란에서는 여성이지만 나라를 구하는 인물로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남자인 척했지만 여자임을 알려줍니다.

    쿵푸팬더에서는 용의 전사인가 아닌가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동양만 나오면 철학과 성찰과 이런 걸 자꾸 밀어 넣으려 합니다.

    샹치에서도 그렇습니다.

    용을 이어받았는지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지 생각하고 아버지를 두려워하는지 생각하고.

    생각만 많고 행동은 느리고. 아 정말 답답한 주인공입니다.

     

    4. 고정관념을 못 버리는 디즈니

    1) 왜 붉은 도포를 입는가

    시대적 배경이 엔드게임 이후인 것 같습니다.

    탈로 사람들도 바깥세상에 대해서 많이 알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전투준비를 하는 장면에서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갑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빨간색 도포 같은 걸 입습니다.

    동양이니까 군복보다는 도포? 중국이니까 붉은색? 그러면 붉은색 도포를 입으면 되겠다?

    뭐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합니까.

    2) 왜 전통 무기인가

    탈로는 무기 개발도 안 합니다. 그냥 활, 검, 창입니다.

    용의 비늘로 그 멋진 무기들을 만들었으면 왜 이런 전통 무기만 만드는 겁니다.

    용 비늘을 이용해서 총알을 만들어도 되고 대공포를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동양이니까 그냥 활, 검, 창으로 가자? 이렇게 여긴 건 아닌가 싶습니다.

     

    5. 그리고 나머지

    그러고도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왜 샹치는 하필 전기차를 골라서 도망치는가. 텐링즈는 왜 화석연료차를 타고 다니는가.

    이것도 상징인 것 같습니다. 전기차를 타면 선한 사람, 화석연료차를 타면 악당.

    이번 샹치는 내용면에서 저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준 영화입니다.

    서양애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이터널스도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의 MCU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진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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